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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등과학

중학교(고등학교) 과학 내신을 잘 보는 방법: 내신적 해석 서론

by 푸른삿포로 2021.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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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잘 볼 수 있을까?"

초등학교때부터 시작하여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마침내는 대학교에서조차(..)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숙제일 것이다. 나 역시 항상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정답이었고, 아직까지도 완벽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 이라는 아주 한정적인 소재 안에서는 나름대로 내 방식의 해답을 얻은 것 같아 글을 남기고자 한다.

1. 공부의 정의

만약 우리가 어떤 내용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자. 여기서 공부를 너무 보수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공부는 어떠한 것에서도 성립을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을 공부하는 것도 말이다. 공부는 어떠한 관념의 정의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우리가 롤을 하면서 어떤 챔피언을 잘 하고 싶다면, 그에 관련된 영상이나 글을 찾아볼 것이다. 인벤도 좋고.. 유튜브도 좋다. 템트리를 찾아보고, 이른바 '장인'이라고 불리는 프로들, 방송인들의 강의 영상을 보면서 공부를 할 것이다. 단적인 예였지만 이러한 것들도 공부의 좋은 예이다.

내 어린시절 가장 유명했던 게임은 누가 뭐라해도 '스타크래프트'였다. 내가 중학생때 처음으로 롤이라는 게임이 생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시에 롤이 게임의 메타를 지배하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시즌 2 정도때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롤을 전문적으로 잘하는 아이들은 극소수였다. 대부분 뭔지만 아는 정도.) 조금 더 라떼를 하자면 당시에는 '롤'이라고 부르지 않고 '리오레'라고 불렀었다 ㅋ 어쨌든 내 세대에 아직 건재했던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였다.

세월이 흘러 스타1 역시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는데, 한창 리마스터가 진행되며 다시금 열기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 무렵 나도 스타를 다시 해보고 싶어 여러 공략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전 프로 출신들의 강의 영상이 정말 많이 있었다. 예전에는 스타를 배우려면 글에 의존하고 경험에 의존해야 했는데, 이제는 프로 출신들의 개인화면과 육성을 통해 생생히 게임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상당히 경이로운 일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 내가 A 프로선수의 강의를 듣지 않고, B 선수의 강의를 듣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일까? 너무나도 쉽다. 그렇지 않다. 누구든 이 질문을 들은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할 것이다. 어떤 선수의 강의를 들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취향이다. 공부란 그런 것이다. 

다시 말해, 공부는 '왕도'가 없다. 공부를 하는 방법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취향이며, 공부란 자고로 오래 한 사람일수록 더 잘 할 수밖에는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화학을 내 나이보다 오래 전공하신 교수님들과 나의 화학 지식을 비교한다면 당연히 교수님들이 더 많이 아실 수 밖에 없다. 나와 공부량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분들은 공부를 하셨으니. 나는 그분들을 따라갈 수 없다. 교수님들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2. 입시는 공부와 다르다

하지만 상황을 조금 바꾸어 보겠다. 내가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나가려고 한다.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빌드오더'를 가다듬어야 한다. 8서플 - 10배럭 - 12가스 - 14 서플 등.. 수없이 많은 빌드오더가 있으며 이러한 빌드오더를 완벽히 숙지해야만 그러한 대회에 들어갈 수 있는 '최소 자격'이 주어진다. 대회에 나가는 수많은 선수들은 이러한 빌드를 기본적으로 다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챌 것이다. 모든 고수들이 '빌드오더'를 알고 있다는 것의 의미는, 경쟁 사회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보편화된 '왕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나는 지금 전국 1위가 되는 방법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다). 최고가 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무언가 그 최선을 위한 최적의 길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기술가정, 미술, 체육, 과학 등 수많은 교과과정의 과목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것은 '경쟁'이다. 절대평가라는 특수한 경우도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시험은 누군가와 경쟁하는 구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보편화된 왕도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것을 잘 캐치해야 한다.

 

3.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캐치해야 하는 것

입시판에서 놀아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 질리게 들어보지 않았는가?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 왔다. 출제자의 의도를 어떻게 파악한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서 조금 논의해보고자 한다. 아래에 제시할 문제는 실제 중학교 2학년 1학기 과정에서 출제되는 과학 문제이다. 여러분이 이 과학 문제를 풀 수 있거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잠깐 그러한 불만을 잠재우고 필자의 말을 들어주길 바란다(누군가가 말을 할 때 우선 끝까지 듣는 것도 시험을 잘 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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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과 같이 물 분해 실험 장치를 설치하고 전류가 흐르게 하였다.

이 실험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극에 수소가 모인다.
 (-)극에 산소가 모인다.
 (+)극에 모인 기체는 불이 꺼지게 한다.
 수산화나트륨을 넣지 않아도 물분해가 된다.
 물이 원소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


어떤 시험문제가 나오더라도(설사 수능시험조차도) 이러한 방식으로 나온다. 먼저 시험문제의 문항을 자세히 살펴보자.

※ 다음과 같이 물 분해 실험 장치를 설치하고 전류가 흐르게 하였다.
이 실험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문제의 시작 부분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장을 문제의 '발문' 이라고 한다. 왜 발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면 이 글에서만큼은 알려줄 수 있다.

발문(跋文):

  • 책의 끝에 본문 내용의 대강(大綱)이나 간행 경위에 관한 사항을 간략하게 적은 글.

그러나 다음부터는 그냥 이런걸 '발문' 이라고 한다고 의도적으로 머리 속에 집어넣길 바란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궁금해하면 앞으로 나아갈 여정이 상당히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문에는 우리가 문제에 대해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지시한다. 위 문제에서는 발문을 읽고 '물 분해 실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시험지를 풀어보기 전에 이미 이에 대해 공부했어야 하고, 만약 아무런 감이 오지 않고 문제를 읽었다면 (시험으로 풀었던 당사자인) 당신은 반성해야 한다.

자료

그 다음 오는 그림은 '자료'이다. 때로는 그림이 들어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표'가 들어가기도 한다. 어떠한 방식으로 자료가 주어지든, 자료의 목적은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자료 자체에 빈칸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료가 없어도 문제를 해석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림을 봐야만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라면 우리는 그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극에 수소가 모인다.
 (-)극에 산소가 모인다.
 (+)극에 모인 기체는 불이 꺼지게 한다.
 수산화나트륨을 넣지 않아도 물분해가 된다.
 물이 원소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

다음은 '보기'이다. 보기 중 1가지 (때로는 2가지)가 우리가 원하는 문제의 '정답'이 된다. 일반적인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공부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이 보기가 된다. 이 보기 속에는 공부해야 할 내용이 5가지나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들어 있는 요소에 대해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극에 수소가 모인다.
 (-)극에 산소가 모인다.

이 두 개의 번호에서 무엇이 느껴지는가? 둘 다 맞거나, 둘 다 틀리다는 느낌이 든다면 정상이다. (+)극에 수소가 모이냐는 질문과 (-)극에 산소가 모이냐는 질문은, 아마도 옳거나 반대되는 질문을 준 것임에 분명하다. 즉 여러분은 (+)극에 산소가 모이는지, 수소가 모이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이 여러분이 위 문항에 대해 공부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이다.

 (+)극에 모인 기체는 불이 꺼지게 한다.

3번은 (+)극에 모인 기체의 성질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즉, 우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하여 (+)극과 (-)극에서 생성된 기체의 종류 뿐 아니라, 해당 기체의 성질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산화나트륨을 넣지 않아도 물분해가 된다.

자료에 나와있던 내용이다. '수산화나트륨을 조금 녹인 물'의 의미를 묻는 문제이다. 수산화나트륨을 괜히 넣었을까? 아닐 것이다. 왜 넣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묻는 문제이다.

 물이 원소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

물이 원소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냐는 물음은 이 실험의 본질적 '의의'를 물어보고 있다. 물의 전기 분해 실험을 왜 하냐는 것이다. 이것을 안다면 정답을 쉽게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이상 5가지 보기에 대한 해석을 간단하게만 했다. 글을 읽는 여러분 중 대부분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아닐 것이기에, 이 실험의 의미나 기체의 종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혹시 궁금하다면 정답은 ⑤번이다.

 

4. 시험 출제자는 신이 아니다. 사람이다

시험을 출제하는, 특히나 학교 내신을 출제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교사'이다. 교사를 비판, 비난할 생각은 당연히 없으며 나는 교직에 계신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선생님들 역시 우리보다 조금 더 깨달음을 얻으신 '선지자(선생 이라는 단어의 정의이다)'일 수는 있겠으나 그들 역시 '사람'의 일종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일부 천재를 제외하고는 '모방'과 '답습'에서 벗어날 수 없다. 편견은 반복된 통계이다. 습관은 여러분의 누적된 과거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롤을 하는 사람 그 누구도 자신만의 템트리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없을것이다. 다들 인벤에서 찾아보고 배우지 않았는지?

학교 선생님들 역시 마찬가지다. 1~2문제 정도의 고난이도 문제는 직접 심도있게 출제할 수 있겠으나, 알게 모르게 혹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선생님들의 문제는 반복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좁은 시험 범위에서 물어볼 수 있는 내용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첫 단락에서 내가 말한 공부와 입시의 차이와 정확히 일맥상통한다.

다시 아까 위의 문제로 돌아가보자. 가시성이 좋게 표로 바꾸어 보겠다.

보기 보기 (정답여부) 간단한 이유
(+)극에 수소가 모인다. (오답) (+)극에서 모이는 기체는 산소이다.
(-)극에 산소가 모인다. (오답) (-)극에서 모이는 기체는 수소이다.
(+)극에 모인 기체는 불이 꺼지게 한다. (오답) 산소는 꺼져가는 불을 타오르게 한다.(산소의 성질)
수산화나트륨을 넣지 않아도 물분해가 된다. (오답) 수산화나트륨을 넣는 이유는 전기가 통하게 하기 위해서이다(전해질). 즉, 넣지 않으면 전기분해가 일어나지 못한다.
물이 원소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 (정답) 물은 수소와 산소로 나누어지므로 원소가 아니다.
더 나아가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이 부정되었다.

여러분이 여러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해당 표를 정리해 둔다면, 여러분은 앞으로 같은 종류의 문제를 두번 다시 틀릴 일이 없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 다른 학교의 기출문제를 한번 확인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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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의 전기분해 실험결과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을 옳게 설명한 것은?

  • (+)극에 모인 기체에 불꽃을 가까이 가져가니 불꽃이 커졌다.
  • (-)극에 모인 기체에 불씨가 있는 향불을 가져가니 소리가 났다.

물은 화합물이 아니라 원소이다.
물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성분이다.
(+)극에 모인 기체는 스스로 잘 탄다.
모든 물질 속에는 물이 포함되어 있다.
(+)극에서는 산소, (-)극에서는 수소가 발생한다.

2017학년도 강남구 대청중학교 기출문제이다. 얼핏 보면 보기에 생소한 '화합물'이라던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성분'이라던지 하는 말들이 써 있어서 불만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은 버리도록 하자.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런 미사여구가 아니다. 문제에서 물어보고자 하는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의 표를 숙지한 학생이라는 가정 하에 이 문제는 3초 안에 풀린다. 정답은 5번이다. (+)극에서는 산소, (-)극에서는 수소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도 다른 문구가 신경쓰인다면 표를 더 정리해 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 글은 단지 내신적 해석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존재하므로, 생략하도록 하겠다.

 

5. 결국 방법은 '정형화된 반복' 트레이닝 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들을 학습하다 보면 계산이 필요한 일부 문제를 제외하고는 중학교 수준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10~20초 이내에 풀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 수준에서도 마찬가지이며, 화학과 생물 과목에 한하여 내가 가능함을 직접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막상 해보면 몇 초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각 보기가 나에게 있어 '정형화된 반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정리가 필요할 것이고, 그 정리를 무한히 반복하여(무한히라고 했으나 10회 정도면 충분하다) 사고에 도달하는 시간을 극한까지 줄이는 것이다.

문제는 반복이 아니라 '정리'인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러한 정리를 하기에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충분치 않다. 내가 앞으로 '내신적 해석'에 관련된 글을 쓰려고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학생들의 정리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좀 더 반복적인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이다.

글이 많이 길어 읽는데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하는 마음이지만, 내 생각을 여기에 적기에는 오히려 지면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관하여 앞으로 글로 영상으로 자료로 표현해가려고 한다. 부디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dited. 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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